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爲爲不厭更爲爲 (위위불염갱위위)
* 厭 :싫을 염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마을에 초상이 났다며, 시끌벅적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마을 사람에게 물어 봤더니,
사또의 아들이 죽었다며 그 사유를 이야기하는 데 내용인즉 대충 이러하더라.
사또의 아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허구한 날 기생집에 들러 기생들이나 끼고
진종일 술이나 퍼 마시는 것을 본 사또가 자식이 해 달래는 데로 다 해 주면서
책을 좀 읽게 하려고 불러 놓고 물어 봤더니,
얼굴이 반반한 기생 하나를 집에 들여 주면 책을 읽겠다고 해서
그 기생을 데려다 아들 놈의 방에서 기거하게 해 줬는데,
그 아들 놈이 이제는 멀리 기생방을 찾아가 눈치 봐가며, 기생을 껴안지 않아도
되므로 옆에 두고 밤이나 낮이나 끼고 즐기다 氣가 쇠하여 죽었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은 김삿갓은 혀를 끌끌 차며 [情事 (정사)]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은 시를 한 수 지어 얘기를 해 준 이에게 주며
"죽어도 좋은 것은 어쩌리" 하면서 마을을 떴단다.
爲 爲 不 厭 更 爲 爲 (위위불염갱위위)
不 爲 不 爲 更 爲 爲 (불위불위갱위위)
해도해도 싫지 않아 다시 하고 또 하고
안하겠다 하면서도 다시 하고 또 한다.
남녀가 즐기는 운우의 정은 아무리 해도 끝도 없고,
하고 또 해도 싫증이 나지 않는 것인데,
이를 불과 네 글자 ( 爲,不,厭,更)를 가지고 절묘하게 표현한
김삿갓의 시재(詩才)는 과연 달인이라 아니할 수 없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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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장에 삿갓쓰고 방랑삼천리
흰구름뜬 고개넘어 가는 객이 누구냐
열두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술 한잔에 시 한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세상이 싫던가요 벼슬도 버리고
기다리는 사람없는 이거리 저마을로
손을 젓는 집집마다 소문을 놓고
푸대접에 껄껄대며 떠나가는 김삿갓
방황에 지치었나 사랑에 지치었나
개나리 봇짐지고 가는곳이 어데냐
팔도강산 타향살이 몇몇 해던가
석양지는 산마루에 잠을 자는 김삿갓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