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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라 & へ山行
Life & Culture/Picture

[스크랩] 幻影속의 존재,,, 님프

by 유리의 세상 2008. 12. 9.

 

John William Waterhouse , [힐라스와 님프들] Hylas and the Nymphs, detail, c.1896

 

 

강과 샘, 숲, 나무 따위의 정령인 님프는 자연의 풋풋하고 신선한 아름다움이 싱싱한 처녀들로 의인화된 존재들이다. 따지고 보면, 너무나 아름답게 피었다가 너무나 아쉽게 사라지는 꽃들로 4월이 '잔인한 달'이 된 것처럼. 님프는 신과 사람의 눈앞에서 곧잘 아쉽게 사라짐으로써 '잔인한 존재'가 된다. 아폴론에게서 달아나다 끝내 월계수가 된 다프네나, 알페이오스 강의 신한테서 벗어나려다 샘이 된 아레투사, 목신 판에게서 구애를 받자 갈대가 되어버린 쉬링크스처럼. 그러나 그들이 잔인한 존재라는 것은 그들을 '소유'하려는 남자들의 시선에서 볼 때 그렇다는 뜻이다.

님프에게는 달아나는 것이 본능이고 운명이다. 물론 님프들 가운데는 때로 스스로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갑자기 나타난 멀쩡한 남자를 꾀어 골탕을 먹이는 존재도 있지만

님프는 일부를 빼고는 대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정령급의 낮은 신격이었고(그 대신 매우 오래 살았다), 하는 일도 여신을 보좌하는 따위의 주변적인 일에 불과했으나 매우, 아름다운 처녀들인 데다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고, 쫓으면 쫓을수록 도망가는 '환영같은 존재'이기에 서양미술 속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인기있는 모델이 됐다.

 

William-Adolphe Bouguereau, [님프]The Nymphaeum, 1878

 

William-Adolphe Bouguereau (1825-1905), [님프와 사튀르]Nymphs & Satyr, 1873

 

신화 속의 님프들은 어떻게 분류가될까?
아르테미스를 수행하는 님프들 외에도 매우 다양한 무리의 님프가 신화에는 등장한다. 주로 사는 곳에 따라 그룹이 나뉘는데, 바다의 노인 네레우스의 딸들로 에게 해에 사는 네레이데스, 대양을 다스리는 오케아노스의 딸들인 오케아니데스, 맑은 물에 사는 나이아데스, 산과 동굴의 님프인 오레이아데스, 나무의 님프인 드리아데스, 개개의 나무에 살며 그 나무와 운명을 같이하는 하마드리아데스, 기타 특정 지역, 특정 장소에 사는 무수한 지역 님프들이 존재했다. 이들의 신화적 역할이 부수적이었고 신앙의 대상으로는 조직화되지 않았으나, 이들의 광범위한 편재는 고대인들로 하여금 님프를 늘 친근한 존재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님프가 얼마나 가까운 존재였는지는 힐라스 이야기를 통해서도 쉽게 알수 있다. 힐라스는 영웅 헤라클레스가 드리오페스 땅의 왕 테이오마다스를 죽이고 데려온 왕자였다. 그는 이 미소년을 자신의 종자로 삼고 훈련을 시켜 결국 애인으로까지 만들었다. 헤라클레스는 위대한 영웅들이 모두 참가했던 저 유명한 아르고스 원정대에 끼여 모험의 항해를 떠날 때 힐라스도 데려갔다.

미시아에 다다르자 헤라클레스는 부러진 자기 노를 교체하러 뭍에 상륙했다. 이때 함께 내린 힐라스에게 물을 길어오라고 시켰다. 물을 길러 간 힐라스는,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 지역 연못에 사는 님프들이 잘 생긴 그를 보고는 그를 꾀어 물 속으로 데리고 간 것이다. 이 일이 있은 뒤 힐라스를 다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헤라클레스는 슬픔으로 광분했지만 그를 찾는건 허사였다.

물 길러 갔다가 쉽게 맞닥뜨릴 수 있는 님프, 물론 나타나고 안 나타나고는 님프의 마음이었지만, 님프는 이렇게 어디서든 출현했고, 그로 인해 힐라스의 실종과 같은 소소하고도 끝없는 님프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여름밤 옛 이야기로 딱 어울리는 소재를 님프들이 자주 제공했던 것이다.

19세기 영국화가 워터하우스는 <힐라스와 님프들>에서 아리따운 님프들이 힐라스의 손을 잡아끄는 장면을 형상화했다. 연꽃보다도 예쁜 님프들에게 둘러싸여 있는데 제정신을 차릴 수 있는 남자가 얼마나 될까? 정신이 몽롱해진 힐라스는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엉거주춤 물 쪽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John William Waterhouse , [힐라스와 님프들] Hylas and the Nymphs, detail, c.1896

 

Sir Edward Coley Burne-Jones, [바다의 深淵]The Depths of the Sea, 1887

 

 

 이 그림에서 물은 아프로디테의 탄생 배경이 되었던 물과 마찬가지로 강한 성적 이미지를 띠는데, 번 존스가 그린 <바다의 심연>에서는 그 이미지가 더욱 노골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번 존스의 그림에서 의식을 잃은 남자는 매우 수동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고, 인어 같은 여자는 남자를 자신의 소유물로 장악하고 있다. 물 속에 들어간 힐라스의 처지가 아마 이와 같았을 것이다.

<힐라스와 님프들> 뿐만 아니라 서양의 많은 님프 그림이 물을 주요 배경으로 동원하고 있음을 빈번히 발견할 수 있다. 물론 물의 님프를 그릴 때는 불가피하게 물이 그려져야 하겠으나, 배경으로 나무나 산, 숲, 들 따위가 그려질 때도 되도록이면 물을 함께 그려넣었다는 사실은 님프를 표현할 때 물이 갖는 의미가 그만큼 중차대했음을 의미한다.

 

Herbert James Draper, [물아기]Waterbaby

 

 

드레이퍼가 그린 <물아기>는 관능과 새생명의 탄생을 물을 매개로 강조해 보여주는 그림이다. 바다 님프의 물에 젖은 머리카락과 허리 아래에 두른 해초 장식이 그녀의 모성보다는 에로티시즘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가운데, 그 에로티시즘의 결과물인 조가비 위에 누운 어린 아기가 지금 새 생명의 호흡을 몰아쉬고 있다. 역시 물이 담담히 이 모든 것을 감싸안고 있는데, 그림 뒤쪽의 절벽과 앞의 바위, 물의 움직임 등이 삶과 죽음을 낳는 모두를 함께 품어안고 있다. 우주의 양수인 셈이다. 이렇듯 물은 에로티시즘이며 생명이며 죽음이다.

 

 

출처 : 홍이 Atelier
글쓴이 : 홍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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