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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라 & へ山行
Life & Culture/Letters

Re:숨은 꽃, 꽃술을 터뜨리다

by 유리의 세상 2008. 12. 16.

 

 

 

 

유방암을 이겨내고

평범한 독서 운동가에서 전문 산악인, 마라토너로 살기까지…

곽정란이 전하는 희망 바이러스!!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그럼 한번 후회 없이 살아볼래!

누구나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수많은 인생의 고비들, 그에 따라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의 편린들…. ‘왜 사는 걸까?’ ‘무얼 위해 사는 거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단지 인생살이가 힘들기만 하다고 이런 생각들이 들까? 얼마 전에 히트했던 한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푸념처럼 이야기하던, “누군들 자신의 인생이 마음에 들까마는, 하지만 난 내 인생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는 말이 귓가에 맴도는 것은 남달리 감수성이 예민해서일까, 아니면 세상살이 모르고 사는 철모르는 사람이라서 그럴까?

그러나 이런 푸념이나 생각의 조각들마저 슬그머니 찾아온 ‘죽음’이라는 명제 앞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여기 한 여자의 이야기가 있다. 지극히 평범하고 소심한 그녀 앞에 어느 날 소리 없이 다가온 ‘암’이라는 인생의 고비가 그것이다.

크든 작든 누구나 겪게 되는 인생의 고비, 한 여자 곽정란에게 ‘그것’은 ‘유방암’이었다. 1998년 9월에 “유방암이란 진단을 받은 뒤부터 기나긴 울트라 마라톤이 시작된 셈”이라는 그녀의 말처럼 이 책에는 ‘암’이라는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서 10년을 달려온 곽정란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자라면서부터, 그리고 사회생활의 전부를 책과 지냈다는 그녀에게 다가온 ‘암’ 선고는 그녀에게 또 다른 인생살이를 맞게 한다. 하지만 그녀는 주저앉지 않고 당당히 맞서 새로운 세계를 아주 긍정적으로 맞아들인다.

내일이면 없어질 한쪽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말 그대로 가슴을 도려내는 회한으로 잠시 오열할 뿐, 그녀는 슬픔이나 충격을 과장하지 않는다. 자신의 병실을 찾아와 마음을 나눠 준 자원봉사자…, 그들처럼 수술 후 그녀도 아픈 이들을 찾아다닌다. 당연히 받아 마땅하다며 누려온 지난 삶이 그리고 행복이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해서다.


유방암을 이겨내고

평범한 독서 운동가에서 전문 산악인, 마라토너로 살기까지…

곽정란은 암을 이겨내는 데에는 ‘음식’과 ‘섭생’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내적인 치유가 절실하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서 사이코드라마를 통한 치료, 미술 치료, 동작 치료 등 예술 치료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공부해 나간다. 2003년 유방의 달에는 그가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유방암 여성들을 위한 예술 치유 공연을 기획하는데, 이 기획의 행사명이 이 책의 제목이 된 ‘숨은 꽃, 꽃술을 터뜨리다’이다.

이후 그녀는 책의 세계에만 머물렀던 지난날과는 달리 산을 오르게 되는데, 2004년에는 평소 염원하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310m)에 오른다. 또 이 기쁨을 다른 환우들과 나누고 싶은 생각에 ‘유방암 여성들과 함께하는 히말라야 치유 트레킹’을 기획, 6명의 유방암 환우들과 함께 히말라야에 올라 유방암 여성들의 치유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한다.

히말라야를 다녀온 뒤부터 전문적인 등반에 관심이 높아져 암벽 등반을 비롯한 체계적인 등반 교육을 받는다. 2005년에는 한라산 동계 등반, 2007년에는 일본 북알프스 시로우마다께 설상 등반을 감행한다. 그리고는 2008년 네팔 히말라야의 아마다블람(6,856m) 원정을 준비하던 중, 그녀 자신을 혹독한 환경에서 시험해 보기 위해 이집트에서 열리는 사하라 사막 마라톤 대회에 도전해, 50도가 넘는 열사의 사막 250여km를 10kg의 배낭을 메고 6박7일 동안 달린 끝에 완주한다. 그것도 사십대 여성 1위로….


질병을 앓는다는 것은

인생의 또 다른 문을 열어 볼 수 있도록 선택받은 것…

전체 ‘4부’와 마지막 ‘못다 한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그녀는 특별하지도 유별나지도 않게 그냥 덤덤히 이야기한다. 그간 지나온 투병 과정과 극복기가 아주 편안하게 들린다. “질병을 앓는다는 것은 인생의 또 다른 문을 열어 볼 수 있도록 선택받은 것”이라고 말하며….

재발에 대한 두려움도 그녀를 옭아매진 못한다. 죽음을 끝이라기보다 인생의 풀코스를 완주했을 때 다다르는 결승점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죽는다는 것에 대해 편해졌다지만 딸아이에게 엄마 노릇을 하고픈 모성은 어찌할 수 없었는지 책의 여러 쪽을 딸아이에 대한 편지글로 할애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 히말라야…, 말로만 들어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안나푸르나를 오르고, 암벽에 매달려 다리를 떨며 중심을 이동한다. 자신이 맞이한 육신의 고통을 이겨냈듯이 또 다른 역경에 맞서기 위해 늘 배낭을 싸는 여자, 그녀는 말한다. “나 이렇게 멀쩡하게 다녀왔어요. 당신도 히말라야가 아니라 그 어느 것도 할 수 있을 걸요.”라고.

또 다른 몸짓, 춤과는 그녀 스스로도 생소한 만남이었다. 그녀 몸에 있지만 쓰지 않던 관절과 근육을 알아가며, 세상에 아프고 힘겨운 이들을 위해 무대를 마련한다. ‘숨은 꽃, 꽃술을 터뜨리다’는 그동안 자신에게 억압되어 있던 알 수 없는 불꽃을 다 태워 만든 무대. 그렇게 그녀의 가슴에 난 수술자국에서 뻗어나간 가시는 가지가 되고, 큰 나무가 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사하라…, 텅 비어 아름다운 그곳에서 운동화 속으로 끊임없이 들어오는 모래와 모래마저 태울 것 같은 태양과 사투 끝에 250km를 완주하여 또 하나의 자신과 만나고 온 그녀. 그녀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몽골리아 선라이즈 투 선셋 울트라 100km 대회’에서 혼자라는 두려움도, 한 발 한 발 옮길 때마다 고갈되는 에너지도 결코 말릴 수 없는 그녀야말로 ‘absolute’이다.

한 여자 곽정란의 끝나지 않은 인생 마라톤…, 이 책의 말미에서 그녀는 말한다.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젠 혼자 달리지 않는다. 당신과 함께 달린다.”고.


<책 속에서>


<추천평>

<지은이 소개>

곽정란

어린이 책을 연구하는 시민단체인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활동을 했다. 1994년에는 회장을 맡으면서 ‘동화 읽는 어른이 되자’,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우리 책을’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전국적으로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을 조직했다.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한 뒤에도 사무총장으로 재임하면서 여러 기획 행사를 열어 범국민독서운동을 활발하게 펼쳤다.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하던 중 1998년 ‘유방암’이란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발병을 계기로 ‘질병’과 ‘환자’ 그리고 ‘치유’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암을 이겨 내는 데에는 ‘음식’과 ‘섭생’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내적인 치유가 절실하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서 사이코드라마를 통한 치료, 미술 치료, 동작 치료 등 예술 치료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공부해 나가는 것과 아울러 등산과 암벽 등반, 마라톤 등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된다.

발병하기 전에는 삶의 99퍼센트가 책과 함께 하였으나, 발병한 뒤에는 책과 운동의 비율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조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 평소 소심하고 두려움이 많은 그녀, 암은 그녀를 용감하게 했고, 두려움에 맞서게 했으며,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게 했고, 무엇보다도 행동하게 했다. 그녀는 언젠가 유방암 여성들로 구성된 팀을 꾸려 해외 원정 등반과 해외 마라톤 대회에 참여할 계획을 갖고 있다.

※ 자세한 프로필은 본문 268~269p 참조


<차례>

추천사

- 절제와 단련으로 부단히 나아가는 삶 / 양정현

- 유익한 고난을 이겨 낸 찬란한 슬픔을… / 맹명관


머리말

- 오직, 오직 하나, 감사할 뿐이다


제1부  떠남의 황홀, 죽음의 축복

- 한쪽 가슴만으로도 행복한 여자

- 개안

- 죽음이 다가왔을 때

- 동화 아줌마

- 아직 부치지 않은 편지

- 기생 식물

- 떠남의 황홀, 죽음의 축복

- 질병, 그 중심 이동

- 커다란 페치카

- 들어주는 이


제2부  히말라야가 날 부른다

- 히말라야가 날 부른다

- 암벽 입문

- 암벽 등산 학교 재수생

- 유방암 여성들과 함께한 히말라야 치유 트레킹 1

- 유방암 여성들과 함께한 히말라야 치유 트레킹 2

- 영정 사진


제3부   가시에 맺힌 열매

- 몸기도

- 첫 공연

- 유방암 예술 치유 공연

- 암과 한바탕 춤을!

- 치유 의식

- 가시에 맺힌 열매


제4부  이별, 또 다른 시작

- 몰입의 기쁨

- 공평한 세상

- 해법 찾기

- 비법 전수

- 침낭에서 자는 여자

- 삭발

- 수술 기념일

- 이별, 또 다른 시작


못다 한 이야기  마라톤 이야기

- 세 가지 언어, 반, 무, 절

- 텅 비어서 아름다운 세계

- 사막에서 먹은 오렌지

- 모래벌판

- 달과 함께 춤을!

- 자급자족

- 잃어버린 가방

- Mongolia Sunrise to Sunset 100km Ultra Marathon 이야기

떠나기 전

홉스골 마라톤 캠프

다녀온 뒤


<출판사 서평>

아직도 빗장이 벗겨지지 않아 다 알지 못하는 나…

사람은 누구나 주어진 삶이 평온하고 건강하기를 갈구한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건강을 잃게 되면, 더군다나 그로 인해 신체의 일부라도 잃게 되면 그 좌절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거나 절망하게 된다. 혹독한 시련이 닥치면 또 다른 자아가 눈을 뜨는 것일까? 시련이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인생의 다른 문이 있다고 믿는 그녀….

가슴 한쪽을 도려내고서도 끝없는 사하라를 걸어서 다녀온 이, 온몸에 상처를 만들며 굳이 오르지 않아도 될, 아무도 등 떠밀며 내몰지 않아도 깎아지른 바위를 오르는 이, 육신과 정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에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쫓아다니는 이가 있다. 내 아픔을 고난이라 말하지 않는 이다. 한 번도 소리 내어 아프다 소리치지 않는 이다. 자신과 타인의 아픔을 구별 지어 삶의 무게를 나누지 않는 이다.

소소한 일상에 지치거나 때로는 암담한 현실에 가슴 먹먹할 때 그녀의 글을 보며 겸손을 배운다. 어쩌면 정신 차려 일어나 세상을 보라고, 두 눈 부릅뜨고 하늘을 보라고 꾸짖는 듯하다. 게으름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자리를 털고 신발 고쳐 신고 당당히 내딛어 보라고 재촉하는 듯하다. 제 몸보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당신과 함께 가주겠다고 손 내미는 듯하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좌절이 없다. 우리 모두와 나눌 희망만이 있다. 그녀의 도전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고 빛나는 추억이 될 것이니 이 책을 읽는 모든 이에게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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