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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라 & へ山行
Study/Three Kingdoms Of China

기이한 이야기들 ‘삼국지의 불가사의’

by 유리의 세상 2010. 2. 20.

 

 

 

기이한 이야기들 ‘삼국지의 불가사의’

 

최용현(수필가)

 

   소설 삼국지에는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기이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좌자의 환술이나 관로의 점술, 화타의 의술 등은 상상을 초월한다. 또 제갈량이 동남풍을 빌거나 구름을 부르는 것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삼국지가 중국 4대 기서에 들어가는 이유가 어쩜 이런 기이한 얘기들 때문이 아닌지….

   삼국지에 나오는 얘기들 중에서 이런 특출한 사람들의 신술(神術)이 아닌, 정상적인 스토리 안에서 쉬 믿기지 않는 기이한 이야기 세 가지를 골라보았다. 그 진위와 의미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는 의미에서….

   먼저, ‘화타’ 편에 나오는, 관우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이다.

   형주를 지키고 있던 관우가 위의 후방을 공격하여 기세를 올리고 있을 때, 위의 맹장 방덕이 쏜 화살에 팔꿈치를 맞아 화살에 묻은 독이 온몸에 퍼졌다. 이 소식을 듣고 신의(神醫) 화타가 찾아왔다.

   상처 부위의 진찰을 끝낸 화타, 급히 수술 준비를 하면서 ‘살을 째고 상한 뼈를 긁어내야 합니다. 팔을 기둥에 묶어야 되겠습니다.’ 고 하자, 바둑을 두고 있던 관우 왈, ‘아니, 됐소. 묶지 말고 그냥 해주시오.’ 하고 말했다.

   관우는 한쪽 팔을 화타에게 맡기고 다른 쪽 손으로 계속 바둑을 두었다. 팔꿈치를 절개하고, 독이 스며든 뼈를 깎아내었다. 바닥에 놓아둔 쟁반에 피가 흘러 넘쳤다. 수술이 끝나고 상처부위를 실로 꿰맬 때까지 관우는 꿈쩍도 하지 않고 태연히 한 손으로 바둑을 두고 있었다. 간간이 고통을 참느라 입술을 꼭 다물 뿐….

   이를 본 화타, ‘오랫동안 환자를 보아왔지만 장군 같은 환자는 처음 보았소. 장군은 정말 천하의 명환자(?)이십니다.’ 하고 말했다.

   마취도 하지 않은 채 살을 째고, 그 속의 뼈를 깎아내고, 실로 다시 꿰맬 때까지 관우가 계속 바둑을 두고 있었다는 이 얘기, 그대로 믿어야 할 것인가? 정말 가능한 얘기일까? 혹시 참을성이 있는 사람이면 견딜 만한 간단한 수술은 아니었을까?

   두 번째는 얘기는 유비와 손권에 관련된 일화이다.

   적벽대전의 전리품인 형주를 유비가 먼저 차지해버리자, 화가 난 오의 대도독 주유는 한 가지 계책을 꾸몄다. 손권의 여동생과 혼인시킨다는 미끼로 유비를 오로 불러들여서 가둔 다음에 형주와 맞바꾸자고 해보고, 말을 듣지 않으면 유비를 죽여 버리는….

   유비는 제갈량의 계책대로 장모가 될 국태부인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다음, 감로사에서 국태부인의 면접(?)을 받기로 했다. 또다시 국태부인의 도움으로 주유가 배치한 도부수들을 물리친 유비는 옷 안에 껴입은 갑옷이 불편해서 옷을 갈아입으러 밖으로 나왔다.

   감로사 뜰에 있는 바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유비는 옆 사람의 칼을 빌어서 하늘을 보며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만약 이 유비가 무사히 형주로 돌아가서 왕업(王業)을 이룩할 수 있다면 이 바위가 둘로 갈라지리라!”

   유비가 칼을 들어 바위를 내리치자, 바위가 불꽃을 튀기며 둘로 쪼개졌다. 뒤따라 나오던 손권이 이 광경을 보고 유비에게 물었다.

   “현덕공께서는 이 바위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오. 제가 조조를 깨뜨리고 한(漢)을 일으킬 수 있다면 이 칼이 바위를 베리라 하면서 내리쳤는데 과연 그렇게 되었습니다.”

   유비가 그렇게 둘러대었다. 손권도 칼을 빼들며 말했다.

   “그렇다면 저 또한 하늘의 뜻을 물어보고 싶습니다. 만약 조조를 깨뜨리게 된다면 내 한 칼에도 갈라질 것입니다.”

   그리고는 칼을 들어 바위를 내리쳤다. 바위가 다시 둘로 갈라졌다.

잔치가 끝나고 유비가 일어서자 손권은 절 앞까지 배웅을 나왔다. 유비는 눈앞에 펼쳐진 빼어난 경관을 보고 감탄하며 말했다.

   “여기가 바로 천하에서 으뜸가는 강산이구려!”

   자신이 다스리고 있는 땅을 최고라고 찬탄하자, 손권도 흐뭇한 마음으로 눈앞에 펼쳐진 경관을 내려다보았다. 지금도 남아있는 감로사의 석벽에 ‘천하제일강산(天下第一江山)’이란 구절이 들어가게 된 유래이다.

   감로사의 둘로 쪼개진 바위(試劍石)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그 바위가 정말 유비가 칼로 내리쳐서 쪼갠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혹시 둘로 쪼개진 바위를 갖다 놓고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닐까? 또 손권도 바위를 쪼갰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바위가 세 조각으로 쪼개져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면 손권이 쪼갠 바위는 따로 있는 것일까?

   마지막 얘기는 유비와 관련된 아주 엽기적인 일화이다.

   서주에서 여포에게 쫓기던 유비는 가솔들마저 소패성에 버려두고 참모 손건과 함께 조조가 있는 허도로 향했다. 날이 저물자, 어느 집에 들어가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다.

   유안(劉安)이라는 집주인 청년은 찾아온 길손이 흠모하는 유비인지라 아주 반가웠으나 대접할 음식이 없었다. 그는 아내를 죽여 그 고기로 국을 끓여 유비에게 올렸다. 성찬에 놀라는 유비에게는 이리고기라고 속이고….

   다음날 아침, 유비는 부엌에서 한 여자의 시체를 보게 되는데, 허벅지와 엉덩이에 살이 도려내져 있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 유비가 다그치자 청년은 눈물을 흘리며 실토했다.

   “실은 유예주님께 올릴 만한 음식이 없어서 제 아내를 죽여서 그 고기를….”

   유비는 청년의 갸륵한 정성에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길을 떠났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그대로 믿어야 할 것인가? 혹시, 그 청년이 사냥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니 일반인들이 잘 먹을 수 없는 희귀한 고기를 내놓고 인육(人肉)이라고 속인 것은 아닐까? 아니면 아내가 죽이고 싶도록 미웠는데 귀한 손님이 오자 그 핑계로 살해한 것일까?

   위에서 소개한 세 이야기의 진위는 아무도 모른다. 생각하건대 유비의 경우엔 민중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흠모를 받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관우의 경우엔 강인한 무사의 이미지를 더욱 굳건히 해주기 위해서 연의 저자가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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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이야기들 ‘삼국지의 불가사의’

 

 

최용현(수필가)

 

   소설 삼국지에는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기이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좌자의 환술이나 관로의 점술, 화타의 의술 등은 상상을 초월한다. 또 제갈량이 동남풍을 빌거나 유비가 탄 적로마가 폭 7m나 되는 단계(檀溪)를 훌쩍 뛰어넘는 것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삼국지가 중국 4대 기서에 들어가는 이유가 어쩜 이런 기이한 얘기들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삼국지에 나오는 얘기들 중에서 이런 특출한 사람들의 신술(神術)이 아닌, 정상적인 스토리 안에서 쉬 믿기지 않는 이야기 세 가지를 골라보았다. 그 진위와 의미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는 의미에서….

   먼저, 유비와 관련된 아주 엽기적인 이야기이다.

   서주에서 여포에게 쫓기던 유비는 가솔들마저 소패성에 버려두고 참모 손건과 함께 조조가 있는 허도로 향했다. 날이 저물자, 어느 집에 들어가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다.

   유안(劉安)이라는 집주인 청년은 찾아온 길손이 흠모하는 유비인지라 아주 반가웠으나 대접할 음식이 없었다. 그는 아내를 죽여 그 고기로 국을 끓여 유비에게 올렸다. 성찬에 놀라는 유비에게는 이리고기라고 속이고….

   다음날 아침, 유비는 부엌에서 한 여자의 시체를 보게 되는데, 허벅지와 엉덩이에 살이 도려내져 있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 유비가 다그치자 청년은 눈물을 흘리며 실토했다.

   “실은 유예주님께 올릴 만한 음식이 없어서 제 아내를 죽여서 그 고기를….”

   유비는 청년의 갸륵한 정성에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길을 떠났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그대로 믿어야 할 것인가. 혹시 아내가 죽이고 싶도록 미웠는데 귀한 손님이 오자 그 핑계로 살해한 것일까? 아니면 연의 저자의 상상력으로 만든 허구일까?

   두 번째 얘기는 관우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이다.

   형주를 지키고 있던 관우가 위의 후방을 공격하여 기세를 올리고 있을 때, 위의 맹장 방덕이 쏜 화살에 팔꿈치를 맞아 화살에 묻은 독이 온몸에 퍼졌다. 이 소식을 듣고 신의(神醫) 화타가 찾아왔다.

   상처 부위의 진찰을 끝낸 화타, 급히 수술 준비를 하면서 ‘살을 째고 상한 뼈를 긁어내야 합니다. 팔을 기둥에 묶어야 되겠습니다.’ 고 하자, 바둑을 두고 있던 관우 왈, ‘아니, 됐소. 묶지 말고 그냥 해주시오.’ 하고 말했다.

   관우는 한쪽 팔을 화타에게 맡기고 다른 쪽 손으로 계속 바둑을 두었다. 팔꿈치를 절개하고, 독이 스며든 뼈를 깎아내었다. 바닥에 놓아둔 쟁반에 피가 흘러 넘쳤다. 수술이 끝나고 상처부위를 실로 꿰맬 때까지 관우는 꿈쩍도 하지 않고 태연히 한 손으로 바둑을 두고 있었다. 간간이 고통을 참느라 입술을 꼭 다물 뿐….

   이를 본 화타, ‘오랫동안 환자를 보아왔지만 장군 같은 환자는 처음 보았소. 장군은 정말 천하의 명환자(?)이십니다.’ 하고 말했다.

   마취도 하지 않은 채 살을 째고, 그 속의 뼈를 깎아내고, 실로 다시 꿰맬 때까지 관우가 계속 바둑을 두고 있었다는 이 얘기, 그대로 믿어야 할 것인가. 정말 가능한 얘기일까? 혹시 무슨 약으로 어느 정도 마취를 시킨 다음에 수술을 한 것이 아닐까?

   마지막 얘기는 유비와 손권에 관련된 일화이다.

   적벽대전의 전리품인 형주를 유비가 먼저 차지해버리자, 화가 난 오의 대도독 주유는 한 가지 계책을 꾸몄다. 손권의 여동생과 혼인시킨다는 미끼로 유비를 오로 불러들여서 가둔 다음에 형주와 맞바꾸자고 해보고, 말을 듣지 않으면 유비를 죽여 버리는….

   유비는 제갈량의 계책대로 장모가 될 국태부인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다음, 감로사에서 국태부인의 면접(?)을 받기로 했다. 또다시 국태부인의 도움으로 주유가 배치한 도부수들을 물리친 유비는 옷 안에 껴입은 갑옷이 불편해서 옷을 갈아입으러 밖으로 나왔다.

   감로사 뜰에 있는 바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유비는 옆 사람의 칼을 빌어서 하늘을 보며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만약 이 유비가 무사히 형주로 돌아가서 왕업(王業)을 이룩할 수 있다면 이 바위가 둘로 갈라지리라!”

   유비가 칼을 들어 바위를 내리치자, 바위가 불꽃을 튀기며 둘로 쪼개졌다. 마침 뒤따라 나오던 손권이 이 광경을 보고 유비에게 물었다.

   “현덕공께서는 이 바위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오. 제가 조조를 깨뜨리고 한(漢)을 일으킬 수 있다면 이 칼이 바위를 베리라 하면서 내리쳤는데 과연 그렇게 되었습니다.”

   유비가 그렇게 둘러대었다. 손권도 칼을 빼들며 말했다.

   “그렇다면 저 또한 하늘의 뜻을 물어보고 싶습니다. 만약 조조를 깨뜨리게 된다면 내 칼에도 갈라질 것입니다.”

그리고는 칼을 들어 바위를 내리쳤다. 바위가 다시 둘로 갈라졌다.

   잔치가 끝나고 유비가 일어서자 손권은 절 앞까지 배웅을 나왔다. 유비는 눈앞에 펼쳐진 빼어난 경관을 보고 감탄하며 말했다.

   “여기가 바로 천하에서 으뜸가는 강산이구려!”

   자신이 다스리고 있는 땅을 최고라고 찬탄하자, 손권도 흐뭇한 마음으로 눈앞에 펼쳐진 경관을 내려다보았다. 감로사의 석벽에, 지금도 남아있는, ‘천하제일강산(天下第一江山)’이란 구절이 들어가게 된 유래이다.

   감로사에 있는 둘로 쪼개진 바위(試劍石)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그 바위가 정말 유비가 칼로 내리쳐서 쪼갠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혹시 자연적으로 쪼개진 바위를 갖다 놓고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닐까?

   또 손권도 바위를 쪼갰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바위가 세 조각이나 네 조각으로 쪼개져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면 손권이 쪼갠 바위는 따로 있는 것일까?

   위에서 소개한 세 이야기의 진위는 알 수가 없다. 생각하건대 유비의 경우엔 민중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흠모를 받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관우의 경우엔 강인한 무사의 이미지를 더욱 굳건히 해주기 위해서 연의 저자가 특별배려를 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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