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열의 詩
金剛山
山與雲俱白 산과 구름이 모두 하얗다.
雲山不辨容 산인가 구름인가
雲歸山獨立 구름 걷히니 우뚝 선 산
一萬二千峰 일만이천봉
산은 높고 뾰족하다. 산은 그래서 함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이런 이유가 보태어져서 사람들은 산을 오르려고 한다.
산을 오르기는 참 어렵다. 그러나 산을 오르면 많은 것을 발아래 굽어볼 수 있다. 또 산 속은 어떠한가. 고요하고 그윽하여 사람의 심신을 맑게 한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가 다 산에 모여 산다. 때로는 하얀 안개가 신선처럼 옮겨다니며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사람은 마음이 고단할 때면 산을 찾는다. 산은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고 넉넉하다. 산을 찾으면 산은 화를 내지 않는다. 짜증도 없다. 묵묵히 받아줄 분이다. 그리운 어머니의 모습처럼 말이다.
송시열은 구름 덩어리와 산의 절묘한 만남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다. 구름이 있어 산을 신비롭게 하고 산이 있어 구름은 놀 자리가 마련되었다. 구름이 걷히고 푸른 산의 정체가 확연히 드러나는 산의 모습도 장관인데 하물며 금강산 일만이천봉이 운무에 가렸다가 벗겨지는 신비감이야 더 말해 무엇하리요.
금강산은 구름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다. 누군가, 무엇이 있어 더욱 내가 아름다워진다면 그것은 서로에게 상생의 기운이다. 내가 너로 하여 그리워지고 내가 나로 하여 즐거워진다면… . 금강산과 구름처럼 말이다.
그러나 송시열은 이 시의 의도를 다분히 다른 곳에서 찾았다고 여겨진다. 구름 걷히니 우뚝 선 산에서 구름이란 반대파를 지칭하고 우뚝 선 산을 자신들의 붕당에 일컬었음이랴. 그의 사대주의는 고금에 두루 찾아보기 힘들정도이기 때문이다. 최후의 걸작은 만동묘이다.
■漢詩에 깃든 맛과 멋을 찾아서/남진원
■송시열(宋時烈:1607-1689)
조선 중기의 학자. 노론의 영수. 김장생의 문인이다. 호는 우암. 본관은 은진. 인조 11년에 생원과에 합격하여 동왕 13년 봉림대군의 사부가 되었다. 봉림대군인 효종이 왕위에 오르자 북벌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그 후 수차의 복상 문제 및 당쟁의 와중에서 서인의 지도자로 활약하는 사이 판중추부사, 좌참찬, 우의정, 좌의정을 역임하였다. 경신대출척을 전후하여 그의 제자인 윤증 등 소장파와의 불화로 서인은 노론 소론으로 분열되었으며 숙종 15년에 세자 책봉 문제 때 賜死되었다. 이이의 학통을 계승하여 기호학파의 주류를 이루었지만 이이의 학통을 정곡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 이이는 현실정치를 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진정으로 이땅의 백성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한 학자며 대 정치가이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을 예측하고 십만 양변설울 주창한 것만 보아도 그가 진실로 힘이 있어야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선각자였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송시열은 일생을 주자학 연구에 몰두하여 문집, <송자대전>이 있지만 송자대전에는 반대파에 대한 폄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고, 그의 연구가 명리 명분에 치우쳐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한 점을 역력히 알 수 있다.
송시열과 만동묘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에는 사당이 하나 있는데 만동묘이다. 임진왜란 때 구원병을 보낸 명나라 임금 신종과 마지막 황제 의종을 받들기 위한 사당이다.
조정에서는 명에 대한 보은과 병자호란의 치욕을 씻기 위해 보호해 주었는데, 명분만을 내세운 조선의 정객들이 얼마나 한심한 안목을 갖고 있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만동묘를 오르는 계단은 폭이 좁아 발자국을 바르게 딛고 올라설 수가 없다. 왜 이렇게 했는가? 중국의 황제를 참배하는 곳을 오르기 위해서는 똑바로 올라설 수 없고 발을 비스듬히 딛고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백성을 궁휼히 여기는 애민사상은 온데간데 없고 허영과 망령된 사대주의에 사로잡힌 주자학파 일당의 명분쌓기에 급급한 모습을 만동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대를 바르게 볼 수 없는 위정자의 안목이 백성을 도탄에 빠지게 하고도 모자라 스스로의 죄를 뉘우치기는 커녕 사대주의 허상에 사로잡혀 나라를 그르쳤으니 그 대표적인 주범이 송시열이다.
오늘날 만동묘의 복원은 이런 의미에서 당연히 후세에 경종을 울리는 반성의 자료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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