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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라 & へ山行
Study/Chinese

지리산을 노래한

by 유리의 세상 2012. 5. 1.

孤雲 최치원(崔致遠, 857~ ?)

東國花開洞   동국화개동      동방 나라의 화개동은
壺中別有天   호중별유천      항아리 속의 별천지라네
仙人推玉枕   선인퇴옥침      선인이 옥베개를 밀고서 일어나니
身世千年美   신세훌천년      이 몸과 이 세상이 천년이 아름답네
春來花滿地   춘래화만지      봄이 오니 꽃이 땅에 가득하고
秋去葉飛天   추거엽비천      가을이 가니 하늘에 낙엽 흩날리네
至道離文字   지도난문자      지극한 도는 문자를 여의고
元來是目前   원래시목전      원래부터 이는 눈앞에 있었다네
擬說林泉興   의설림천흥      자연에 흥취 있다고 말들 하지만
何人識此機   하인직차기      어느 누가 이 기미를 알겠는가
無心見月色   무심견월색      무심히 달빛을 쳐다보며
默默坐忘歸   묵묵좌망귀      묵묵히 앉아서 돌아가는것도 잊어버리네
密旨何勞舌   밀지하노설      천지의 비밀을 말해 어찌 혀를 수고롭게 하겠는가
江澄月影通   강징월영통      강이 물을 버리니 달빛이 그림자되어 내

 

: 花潭 서경덕(徐敬德, 1489~1546)

지리산은 우뚝 솟아 동녘 땅을 다스리고 있어
올라가 보매 마음 눈이 끝없이 넓어지네.
험한 바위는 장난한 듯 솟아 봉우리들이 빼어났으니
아득하기만한 조물주의 공을 그 누가 알랴.
땅에 담긴 현묘한 정기는 비와 이슬을 일으키고
하늘에 머금은 순수한 기운은 영웅을 낳게 하네.
산은 다만 나를 위하여 구름과 안개를 걷어내니
천리길을 찾아온 정성이 통한 것일까


: 南冥 조식(曺植, 1501~1572)



봄날 어디엔들 방초가 없으리오마는
옥황상제가 사는 곳 가까이 있는 천왕봉만을 사랑했네
빈손으로 돌아왔으니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흰 물줄기로 십리로 뻗었으니 마시고도 남음이 있네.

春山底處无芳草 只愛天王近帝居
白手歸來何物食 銀河十里喫猶餘





천석의 큰 종을 보았는가
여간 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을
만고불변의 저 천왕봉은 어떤가
하늘이 울어도 결코 울지 않는다네

請看千石鐘 非大打無聲
萬古天王峰 天鳴猶不鳴






頭流山 兩端水를 예 듣고 이제 보니
桃花 뜬 맑은 물에 山影조차 잠겼서라
아희야 武陵이 어디메뇨 나는 옌가 하노라.

 

 : 서산대사(청허 휴정[淸虛休靜], 1520~1604)

두류산에 암자 하나 있으니
이름은 내은적암 이라네
산 깊고 물 또한 깊은 지라
떠도는 선객 찾아오기 어려워라
동서로 각각 누대 있으니
재물 없다고 마음마저 가난하랴
맑음과 비움의 상징 청허라는 주인공은
천지를 요 이불 삼아 유유자적 산다네
여름날 소나무 밑에 누워 솔바람 즐기며
푸른 하늘 흰 구름 바라본다네

頭流有一庵 庵名內隱寂 山深水亦深 遊客難尋迹
東西各有臺 物窄心不窄 淸虛一主人 天地爲幕席
夏日愛松風 臥看雲靑白





깊은 산속 암자, 붉은 꽃 비처럼 흩날리는데
긴 대숲에 어린 안개는 푸른 연기일레라
흰 구름은 산 고개에 엉기어 잠을 자고
푸른 학은 스님 벗삼아 졸고 있네

深院花紅雨 長林竹翠烟
白雲凝嶺宿 靑鶴伴僧眠






사월에 두류산 산마루에 곧장 오르니
수많은 골짜기에 꽃은 만발하고 새소리 따사롭네
우뚝한 한 봉우리는 하늘에 가까워 산의 조상이 되고
수많은 봉우리는 땅에 줄지어 서서 손자아이 되누나
앉아서 바라보니 새하얀 해는 눈 밑에서 돋아오르고
붉은 안개와 푸른 바다는 서로 삼켰다 토했다 하네
골짜기 입구의 조각 구름은 밤새도록 검나니
인간세상의 큰 장마비임을 알았네
가소롭구나, 지팡이 가로 맨 나그네
티끌 세상 돌아보니 시끄럽기가 불더미 같네



 : 雙明齋 이인로(李仁老, 1152~1220)

 
두류산 저 멀리에 저녁 구름 나즈막한데
수많은 골짜기와 바위가 회계(會稽)산과 비슷하네
지팡이 짚고 청학동 찾으려 했으나
속절없는 짐승 울음소리만  숲속에서 들리네
누대(樓臺)는 아득한데 신선이 산다는 삼신(三山)산은 안보이고
이끼 낀 네 글자가 아직도 희미하네
신선이 있는곳 그 어디인가
떨어지는 꽃 흐르는 물이 눈앞을 어지럽히네


 : 정관 일선(靜觀一禪, 1533~1608)



두류산 반야봉의 동쪽에 있는 암자
달 밝은 금전의 그림자 영롱하고녀
향 끊이자 상서로운 저녁놀 뜨락에 날아들고
꿈깨니 종소리는 저녁 바람에 사라진다
청학동에 푸른 학은 오지 않는데
백운봉에는 늘 흰구름이 감싼다
멀리 쌍계 밑으로 돌문이 보이는데
아스라한 가을 빛이 한눈에 든다


寺在頭流般若東  月明金殿影玲瓏
香消瑞霞飛庭榻  夢覺疎鐘落晩風
靑鶴不來靑鶴洞  白雲長鎖白雲峰
石門遠見雙溪下  秋色依微一望中


 : 소요 태능(逍遙太能, 1562~1649)



두류산 한 골짝에 날개 접고 깃들었나니
높은 구름, 찬 대숲은 편안히 지낼 만하네
사방으로 떠돌 생각 아예 지워버리고
안개와 노을을 거두어 나(眞我)를 기른다네


券翼頭流藏一壑   碧雲寒竹可安身
徒令永斷遊方計   收拾煙霞自養眞


: 청매 인오(靑梅印悟, 1548~1623)



땔나무 해오고 물 길어 오는 일 외엔 하는 일 없네
나를 찾아 현묘한 도리 참구에 힘쓸 뿐
날마다 변함없이 소나무 밑에 앉았노라면
동녘 하늘의 아침 해가 어느덧 서산에 걸려 있네


般柴運水野情   參究玄關性自空
日就萬年松下坐   到東天日掛西峯



《청매집(靑梅集)》'無住臺'

지리산 남쪽 기슭의 연곡사를 위시하여 북쪽 삼정산 중턱의 영원사, 도솔암 등지에 머물면서 수행,교화와 관련하여 수많은 일화를 남긴 청매 인오스님은, 삼정산에서 내려와 마천을 거쳐 등구 마을, 촉동 마을을 지나 삼봉산과 법화산을 잇는 능선 허리를 넘어 함양장터까지 약 150여리 길을 하루해거름에 왕래하다가 어느날, 고개 마루에서 불도(佛道)를 크게 깨달았으며, 그 뒤로 그 고개를 ‘오도재(悟道峙)’로 부르게 만든 전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