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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라 & へ山行
흙토피아 사랑/좋은만남 원고

여수 모래섬 사도

by 유리의 세상 2023. 4. 21.

여수 모래섬 사도

우리나라의 도로명 번호는 미국과 같이 남북으로 홀수, 동서로 짝수로 되어 있습니다. 그중 동서로 달리는데도 홀수인 길은 77번 국도가 유일합니다. 7번 국도는 동해안을 남북으로 잇고, 77번 국도는 남해안과 서해안을 잇습니다.

77번 국도는 부산 옛 시청사 교차로를 기점으로 하여 남해안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합니다. 이후 고성, 통영, 남해, 여수, 고흥반도와 완도를 거쳐 땅끝에서 북쪽으로 달립니다. 서해안의 섬들과 해안도로를 거쳐 목포, 무안, 함평, 법성포, 변산반도, 새만금 방조제, 서천, 안면도, 태안반도, 인천, 서울을 지나 ‘자유로’ 전 구간을 통과합니다. 이후 임진각이 종점입니다. 그 길이는 약 1200 km 정도로 우리나라 국도 중에서 가장 길다고 합니다.
앞으로 꿈의 여행지가 될 여수반도 서쪽과 고흥반도 사이에 있는 낭도로 가서 배를 타고 부속 섬인 사도와 양면해수욕장 그리고 모래톱으로 연결된 시루섬(증도), 장사도, 추도를 다녀왔습니다. 여수의 서쪽 바다와 고흥반도 사이 큰 섬 9개를 잇는 바닷길을 여수시에서 '백리섬 섬길'이라 명명했다고 합니다. 100리 바닷길이라는 의미입니다. 이곳의 77번 국도를 잇는 해상 교량 11개 중 7개는 완공되었고 4개는 2027년까지 건설될 예정이라 합니다. 
오늘은 여수시 화양면에서 조발대교, 둔병대교, 낭도대교를 거쳐 낭도에 도착하여, 오전 9시 30분에 출발하는 사도행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까지 걸어서 갑니다. 부산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면, 백리섬 섬길 다리가 완공되었기에 사도 1일 트레킹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사도는 호수와 모래라는 뜻으로 ‘사호(沙湖)’라 하다가 ‘사도(沙島)’로 하였다 합니다. 4월과 5월 보름 썰물 때는 사도와 부속 섬들이 모세의 기적처럼 연결되는데 특히 2월 초순에는 섬들이 ㄷ자 형으로 모두 연결된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양면 해수욕장 주변의 장사도와 중도가, 물이 빠져 연결되어 모두 걸어서 트레킹 하는 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선하자마자 고기잡이 소형 어선 2척을 나누어 타고 추도를 먼저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추도는 할머니 한 분이 살고 있는 추도(鰍島)입니다. 추(鰍)는 미꾸라지를 뜻하죠. 할머니가 봄나물을 팔고 있는 입구에서 왼편으로 가니 웅장한 해벽으로 들어가는 V자형 돌문이 나옵니다. 좀 더 들어가니 고성의 상족암에서 보았던,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인 퇴적암으로 형성된 거대한 수직 절벽이 나와서 그 신기한 모습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런 놀라움도 잠시, 우리는 줄을 서서 한 명씩 돌아가며 사진을 담기 바쁩니다. 추도에서 볼거리는 평평한 바위 위에 난 공룡 발자국과 해식애로 발달한 퇴적암층 두 가지 정도입니다. 해안의 너른 바위 위에는 달라붙은 고동이 엄청 많아서 상궁님과 같이 비닐봉지에 조금 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다시 낚싯배를 이용하여 사도로 돌아와서, 본섬의 마을을 지나 장사도로 들어가 봅니다. ‘사도(沙島)’는 모래로 쌓은 섬 같다 해서 그렇게 불리는 ‘모래섬’입니다. 근래 태풍이 잦아서 방파제 축조 이후에도 모래가 많이 유실되었다 합니다. 예전에 고기잡이로 마을이 번성했을 때는 ‘돈섬’이라 불리기도 했고 초등학생만도 100명 가까이 되었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겨우 주민 수십 명이 섬을 지키는 상황이라 합니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한나절도 걸리지 않는 사도는, 본섬을 중심으로 하여 연도교로 연결된 중도와, 양면해수욕장 모래톱으로 연결된 시루섬, 장사도, 추도, 그리고 바위섬 두 개 등 총 일곱 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본섬과 연결된 연륙교를 지나 장사도로 가 봅니다.

점심때가 다 되어갈 즈음에도 장사도로 들어가는 길은 여전히 물이 빠져 있어서 걸어가는 데 불편한 점은 없습니다. 입구는 잡풀이 우거져 등로를 찾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해안 바위길 말고는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길게 뻗은 섬의 끝 부분까지 가는데 등로도 흐릿하여 마치 개척 산행을 하는 것 같습니다. 섬의 끝에는 바위와 그 틈으로 방풍이 자라고 있습니다. 봄 향기 향긋한 나물을 채취하는 것도 섬 산행의 맛을 더합니다. 
장사도를 돌아 나와서 시루섬인 증도로 가 봅니다. 증도는 시루와 같은 종 모양인데 공룡 화석과 얼굴바위 등 볼거리도 많습니다. 우리는 해안의 끝부분에서 꼭대기까지 올라 반대편으로 내려왔습니다. 이렇게 작은 섬에도 신비롭게 보이는 아름다운 바위들이 있어서 앞으로 많은 관광객이 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은 본섬과 중간에 있는 중도로 갑니다. 중도에서는 끝섬과 연결되는 부분에 있는, 칼로 자른 듯한 오묘한 바위는 사도의 백미라 생각됩니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추도의 옛 담장과 용암의 흔적 그리고 백악기 공룡 발자국은 섬 전체를 박물관으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일곱 섬 전체에 3,800여 개에 이르는 공룡 발자국 화석이 있지만 현재는 많이 훼손된 상태라 보존 계획이 시급하다고 하겠습니다. 중도의 해안 길 끝에서 다시 본섬 방향으로 흐릿한 길을 보고 가파른 꼭대기로 오르니, 선착장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팔각정이 있습니다. 잠깐 주위를 조망하고 선착장으로 가며 사도를 한 바퀴 도는 트래킹을 마감합니다.